MBTI 궁합, 어디까지 믿을 수 있나
"INFP랑 ESTJ는 상극"이라는 표를 한 번쯤 보셨을 겁니다. 그 표가 어디서 왔는지 따라가 보면 생각보다 근거가 얇습니다.
궁합표는 MBTI 공식이 아닙니다
MBTI는 캐서린 쿡 브릭스와 이저벨 브릭스 마이어스 모녀가 융의 심리 유형론을 바탕으로 만든 검사입니다. 사람을 열여섯 가지로 나누는 틀이죠. 그런데 그 틀 어디에도 "이 유형과 저 유형이 잘 맞는다"는 표는 없습니다.
흔히 도는 궁합표는 나중에 인터넷에서 자란 것입니다. 성격 심리학 연구에서도 성격이 비슷하면 관계가 더 만족스럽다는 결론은 나오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관계 만족을 예측하는 힘은 성격 조합보다 갈등을 다루는 방식 쪽이 훨씬 큽니다.
그래도 쓸모가 있는 부분
궁합표를 예언으로 쓰면 실망하지만, 차이를 말로 만드는 도구로 쓰면 꽤 유용합니다.
이런 일이 자주 있습니다. 한 사람은 주말 계획을 미리 정해야 마음이 놓이고, 다른 사람은 그날 기분대로 움직이고 싶어 합니다. 이걸 두고 "너는 왜 이렇게 답답해" "너는 왜 이렇게 대충이야"라고 부르면 싸움이 됩니다. 그런데 "나는 J 쪽이고 너는 P 쪽이구나"라고 부르면 사람의 결함이 아니라 성향의 차이가 됩니다. 같은 현상에 다른 이름을 붙이는 것만으로 대화가 달라지죠.
MBTI가 관계에서 실제로 하는 일은 대체로 이것입니다. 예측이 아니라 번역입니다.
실제로 자주 부딪히는 두 자리
유형 조합보다 축 하나의 차이가 일상에서 훨씬 크게 느껴집니다. 그중 둘이 특히 자주 등장합니다.
J와 P가 다를 때는 시간을 두고 부딪힙니다. 한쪽은 정해 두면 마음이 놓이고 다른 쪽은 정해 두면 답답해집니다. 여기서 "며칠 전까지는 정하자, 대신 그날 뭘 할지는 그때 정하자"처럼 무엇을 정하고 무엇을 열어 둘지 나누면 대부분 풀립니다. 둘 다 조금씩 양보하는 게 아니라 영역을 나누는 쪽이 잘 먹힙니다.
T와 F가 다를 때는 위로의 방식에서 부딪힙니다. 힘들다는 말에 한쪽은 해결책을 내놓고 다른 쪽은 그게 서운합니다. 사실 해결책을 내놓는 쪽도 걱정해서 하는 행동인데 전달이 안 되는 거죠. 이럴 땐 말하는 사람이 먼저 "조언 말고 그냥 들어 줘"라고 알려 주는 게 가장 빠릅니다. 상대가 눈치껏 알아채길 기다리면 오래 걸립니다.
어디까지 믿으면 될까
기억해 둘 만한 한계가 몇 가지 있습니다.
MBTI는 사람을 두 갈래로 자릅니다. 실제 성향은 대부분 가운데가 두툼한 산 모양인데, 51대 49로 갈린 사람과 90대 10인 사람이 같은 글자를 받습니다. 그래서 검사마다 글자가 바뀌는 일이 흔합니다.
그리고 자기보고식이라 그날의 기분과 되고 싶은 모습이 섞여 들어갑니다. 이건 결함이라기보다 도구의 성질입니다.
그러니 궁합표를 보고 사람을 미리 거르는 데 쓰지는 마세요. 이미 곁에 있는 사람과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 말해 보는 데 쓰는 게 이 도구가 제일 잘하는 일입니다.
'남이 보는 나'로 궁합을 보면 달라집니다
여기서 재미있는 게 하나 생깁니다. 궁합을 볼 때 우리는 보통 내가 답한 내 유형을 넣습니다. 그런데 상대가 실제로 겪고 있는 것은 상대 눈에 보이는 나입니다.
내가 스스로를 I라고 답했는데 친구들은 다 E로 본다면, 관계에서 실제로 작동하는 쪽은 아마 후자입니다. 상대는 내 속마음이 아니라 내가 보여 준 장면과 지내고 있으니까요.
그래서 친구들이 본 내 유형을 모아 두면 궁합표를 훨씬 현실적으로 쓸 수 있습니다. 어느 글자가 사람마다 다르게 보이는지도 함께 보이고요. 내 설문 만들기로 시작할 수 있습니다.
왜 그 둘이 어긋나는지는 남이 보는 나와 내가 아는 나는 왜 다를까에서 다뤘습니다. 이 서비스의 결과는 전부 재미로 보는 것이고, 사람을 판단하거나 걸러 내는 데 쓰라고 만든 것이 아닙니다.
친구들은 나를 어떤 유형으로 볼까
가입도 설치도 없어요. 닉네임만 적으면 링크가 만들어지고, 친구는 3분이면 끝납니다.
내 설문 만들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