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이 보는 나와 내가 아는 나는 왜 다를까
친구는 나를 ESTJ로 봤는데, 정작 나는 INTP라고 답했습니다. 누가 틀린 걸까요. 둘 다 맞을 수 있습니다.
MBTI 검사는 '내가 아는 나'만 잽니다
흔히 하는 MBTI 검사는 전부 자기보고식입니다. 문항을 읽고 내가 나에 대해 답하죠. 그러니 결과에 담기는 것은 내가 인식하고 있는 나입니다. 내가 모르는 내 모습은 원리상 그 검사에 들어올 방법이 없습니다.
이게 검사의 결함은 아닙니다. 애초에 그걸 재도록 만들어진 도구니까요. 다만 "남들 눈에 나는 어떤 사람인가"를 알고 싶다면 그 도구로는 답이 안 나온다는 뜻입니다.
조하리의 창, 나를 네 칸으로 나누면
1955년 심리학자 조셉 러프트와 해링턴 잉햄이 만든 모형이 있습니다. 두 사람의 이름을 붙여 '조하리의 창'이라고 부르죠. 사람의 모습을 내가 아는가와 남이 아는가 두 축으로 잘라 네 칸을 만듭니다.
- 열린 창: 나도 알고 남도 아는 나. 말수가 적다, 약속을 잘 지킨다 같은 것들.
- 보이지 않는 창: 남은 아는데 나는 모르는 나. 말할 때 손을 많이 쓴다거나, 곤란할 때 웃어버린다거나.
- 숨겨진 창: 나는 아는데 남에게 안 보인 나. 속으로 오래 곱씹는 습관 같은 것.
- 미지의 창: 아직 아무도 모르는 나.
자기보고식 검사가 닿는 곳은 열린 창과 숨겨진 창까지입니다. 보이지 않는 창은 남에게 물어야만 열립니다. 이 설문이 하는 일이 정확히 그것입니다.
어긋나는 게 정상입니다
친구들의 답과 내 답이 갈렸다면 셋 중 하나일 가능성이 큽니다.
먼저, 사람은 상대에 따라 다른 얼굴을 씁니다. 회사에서 조용한 사람이 친구들 사이에서는 제일 시끄러울 수 있습니다. 둘 다 연기가 아니라 둘 다 그 사람입니다. 그래서 오래 본 친구와 최근에 만난 친구의 답이 서로 다르게 나오기도 합니다.
다음으로, 속으로 하는 일은 밖에서 안 보입니다. 결정하기 전에 오래 재는 사람이 밖에서는 "결단이 빠르다"로 보일 수 있습니다. 재는 과정은 안 보이고 결론만 보이니까요.
마지막으로, 내가 나를 조금 다르게 기억합니다. 되고 싶은 모습 쪽으로 기울어 답하는 건 아주 흔한 일이고, 나쁜 것도 아닙니다.
어느 글자에서 자주 갈릴까
네 글자가 고르게 어긋나지는 않습니다. E와 I는 상황을 많이 타서 가장 자주 갈립니다. 같은 사람이 자리에 따라 다르게 보이거든요. T와 F는 마음이 아니라 표현 방식에서 갈립니다. 속으로는 잔뜩 걱정하면서 입으로는 해결책부터 말하는 사람이 밖에서는 T로 읽힙니다.
반대로 J와 P는 생활 습관에 드러나서 비교적 잘 맞는 편입니다. 약속 시간에 늦는지, 계획을 세우고 움직이는지는 곁에서 보면 알기 쉬우니까요.
보이지 않는 창을 좁히는 두 가지
조하리의 창을 만든 두 사람은 이 칸들의 크기가 고정된 게 아니라고 봤습니다. 관계에 따라 넓어지기도 하고 좁아지기도 한다는 거죠.
보이지 않는 창을 좁히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물어보는 것. 그런데 이게 생각보다 어렵습니다. "나 어때 보여?"라고 물으면 대개 좋은 말만 돌아오거든요. 사람은 눈앞의 상대를 평가해 달라는 요청에 자동으로 완충 장치를 켭니다.
숨겨진 창은 반대로 내가 먼저 말할 때 좁아집니다. 속으로만 하던 생각을 한 번 꺼내 놓으면 그만큼 열린 창이 넓어지죠. 관계가 깊어진다는 말을 이 모형으로 옮기면, 열린 창이 커지고 나머지 셋이 줄어드는 과정입니다.
그래서 이 결과를 어떻게 읽으면 좋을까
다수결로 "진짜 내 유형"을 정하려고 보면 재미가 없습니다. 이 설문의 값어치는 갈린 지점에 있습니다. 여섯 명 중 다섯이 F라고 봤는데 나만 T라고 답했다면, 그 한 글자가 내 보이지 않는 창입니다. 거기서부터 재미있는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유형마다 어떤 모습이 남에게 먼저 보이는지는 유형별 페이지에 하나씩 정리해 뒀습니다. 친구에게 어떻게 물어야 솔직한 답이 오는지는 친구에게 MBTI를 물어보는 법에서 이어집니다.
친구들은 나를 어떤 유형으로 볼까
가입도 설치도 없어요. 닉네임만 적으면 링크가 만들어지고, 친구는 3분이면 끝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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